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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보험사 '여러 보험', 직업 변경 한 번만 알려도 된다는 대법원 판단
한 보험회사에 여러 개의 보험 계약을 체결한 가입자가 그중 한 보험에만 직업 변경 사실을 알렸더라도, 다른 보험 계약과 관련해서 별도로 다시 알리지 않았다고 해서 가입자의 의무 위반으로 볼 수 없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단이 나왔습니다. 이는 같은 보험사 내 정보 공유 가능성과 가입자의 합리적인 기대를 중요하게 본 판결입니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제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최근 A씨가 모 보험사를 상대로 제기한 보험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습니다.
사건 경위는 이렇습니다. A씨는 2006년 B씨를 피보험자로 하는 상해보험 계약을 맺었습니다. 당시 B씨의 직업은 일반 경찰관이었습니다. 이후 2017년, A씨는 같은 보험사에 B씨를 위한 운전자보험 계약도 추가로 가입했습니다. 그런데 발급받은 운전자보험 증권에 B씨의 직업이 여전히 '일반 경찰관'으로 기재된 것을 확인하고, 담당 보험설계사에게 연락해 B씨의 직업이 '화물차 운전사'로 변경되었음을 명확히 고지했습니다.
문제는 2018년 9월 B씨가 교통사고를 당하면서 발생했습니다. A씨는 앞서 가입했던 상해보험 계약에 따라 보험금 약 4억 900만 원을 청구했습니다. 하지만 보험사는 A씨가 상해보험 계약에 대해 직업 변경 사실을 별도로 통지하지 않았다며 '직업 변경 사실 통지 의무 위반'을 이유로 보험금을 삭감, 약 2억 9천만 원만을 지급했습니다.
이 소송의 핵심 쟁점은 동일한 보험사에서 여러 보험을 가진 계약자가 한 보험에 직업 변경을 알렸을 때, 이것이 다른 보험에 대한 통지 의무까지 이행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였습니다.
이전 심급에서는 판단이 엇갈렸습니다. 1심 법원은 A씨가 직업 변경 사실을 알린 것은 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해 A씨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그러나 2심 법원은 "상해보험 계약과 운전자보험 계약은 서로 별개"라며 "운전자보험 설계사에게만 직업 변경을 알린 것을 상해보험에 대한 통지 의무를 다한 것으로 볼 수 없다"며 보험사의 주장을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대법원은 "최초 운전자보험 증권에 B씨의 직업이 상해보험 가입 당시와 동일한 일반 경찰관으로 기재되어 있었던 점을 고려하면, 상해보험 계약의 정보가 운전자보험 계약 체결 과정에서 그대로 활용되거나 이관되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이러한 상황에서 A씨로서는 운전자보험 계약 관련 직업 변경 사실을 통지하면, 해당 정보가 동일한 보험사 내에서 공유되어 상해보험 계약에도 통지가 이루어졌다고 합리적으로 믿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하며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돌려보냈습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동일 보험사 내에서 체결된 여러 보험 계약 간의 정보 공유 가능성과 그에 따른 가입자의 합리적 기대를 고려하여 통지 의무 이행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중요한 기준을 제시했다는 평가입니다